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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소식(마당)

이영희 원장 기고문 "흙에 살리라"
  • 작성일2020.07.30
  • 조회14,513


 

"흙에 살리라"

 

「초가삼간 집을 짓는 내 고향 정든 땅, 아기 염소 벗을 삼아 논밭 길을 걷노라면 이 세상 모두가 내 것인 것을…」

 

 고향은 늘 푸근하고 정겨운 곳이어야만 했는데, 농촌 지역에 부쩍 늘어난 축사와 퇴비장 등 축산 관련 시설에서 발생하는 냄새가 요즘 명절 때나 일가의 애경사 때 오랜만에 들르는 고향의 낯선 냄새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70년대 이후 반세기가 흐르는 동안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제성장을 이뤄 배고픔을 해결하고 세계 경제의 선진국 반열에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가 되었다. 더불어 식생활 수준도 크게 향상되어 2019년 우리 국민 1인당 축산물 소비량(고기, 우유, 계란 포함)은 약 136.4kg으로 1970년대 11kg 보다 무려 12.4배나 증가했다. 생산액도 2018년 현재 약 20조 2000억원 규모로 전체 농업 총생산액 48조 9700억원 중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축산업은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더불어 농업 부문에서 소비와 생산이 타작목에 비해 급격히 늘어났지만, 축산물의 양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온 탓에 열악한 사육환경과 가축분뇨처리 시설 등 축산물 생산 환경은 가축은 물론 주변 지역민과 소비자에게 불쾌감과 불신을 초래하여 해마다 민원 및 갈등이 증가하고 있다. 축사나 퇴비장과 덜 썩은 퇴비와 액체 비료의 농경지살포지 등에서 나오는 냄새 때문에 쾌적한 전원생활을 꿈꾸며 귀농ㆍ귀촌한 지역주민과 분쟁이 빈번한 실정이다. ('19년 기준 축산악취 민원 7,627건으로 '15년 4,332건에 비해 76% 증가)

 

 오늘날 우리나라 축산이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사랑받는 지속 가능한 농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라도 축산업계가 산업 환경에 대한 국민적 눈높이를 가늠하고 뒤를 돌아봐야 한다. 꽃향기를 맡으며 등하교했던 그 길에서 우리의 자손들이 코를 찡그리며 걷고, 냄새와 먼지 등 때문에 창문을 닫고 생활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소비자와 국민에게 쾌적한 생활환경과 안전하고 품질 좋은 축산식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축산농가와 산업계가 환경개선의 중요성과 함께 공감하여 국민에게 사랑받는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자리 잡아, 흙 내음에 푸근함을 만끽하고 고향의 정을 가득 나눌 수 있도록 축산환경 개선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거의 불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 우리가 찾을 곳은 내가 낳고 자란 고향이다.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맑고 아름답기만 하던 어릴 적 고향을 되찾아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