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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우리가 먹고 있는 축산물, 환경 앞에 사라질 위기
  • 작성일2025.02.21
  • 조회64,305
alt='[기고] 우리가 먹고 있는 축산물, 환경 앞에 사라질 위기
입력 2025.02.21 07:00
지면 17면

한갑원 축산환경관리원 경영전략실장·경제학 박사

우리가 매일 식탁에서 쉽게 접하는 고기, 우유, 달걀…. 하지만 앞으로는 이 익숙한 식품들이 귀해질 수도 있다. 기후 변화와 환경 규제, 자원 고갈로 인해 축산업은 점점 더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UN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4.5%가 축산업에서 발생하며, 이를 줄이기 위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기후 변화는 축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뭄, 폭염, 홍수와 같은 극단적 기상이변으로 인해 가축 사료로 사용되는 곡물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실제로 2022년 미국 캘리포니아는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곡물 가격이 급등하며 많은 목장이 폐업 위기에 몰렸다. FAO는 2050년까지 기후 변화로 인해 소고기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와 같은 반추동물은 소화 과정에서 메탄가스를 배출한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25배 더 강력한 온실가스로,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국가에서는 소 사육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메탄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소 사육 규모를 30% 줄이는 정책을 발표했고, 뉴질랜드는 2025년부터 축산 농가에 메탄가스 배출에 따른 탄소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현대 사회는 기후 변화와 환경 보호를 외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모색하고 있다. 그 중심에 바로 '축산업'이 있다. 축산업은 인류에게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며,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왔지만,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 수질 오염 등 환경적 문제를 유발해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축산과 환경, 두 가지를 모두 포기해야 하는 걸까? 답은 명확하다. 둘 다 포기할 수 없다. 우리는 지속 가능한 축산의 길을 찾아야 한다.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혁신적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메탄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사료 개발, 스마트 축산 시스템 도입, 가축분뇨 퇴비, 액비, 고체연료, 바이오가스화, 바이오차 생산 기술 발전 등이 그 예다. 이런 기술적 혁신과 발전은 축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환경을 지키고 축산물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정부, 공공기관, 기업, 소비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친환경 축산 정책과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공공기관은 정책이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교육과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은 지속 가능한 생산 방식을 도입하고, 소비자는 저탄소 인증 축산물을 선택하며 필요 이상의 육류 소비를 줄이는 작은 실천을 이어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각 주체들은 서로 협력해야 하며, 기술적 지원과 정책적 뒷받침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탄소 배출 목표를 설정하면 기업은 이를 반영한 친환경적인 생산 방식을 도입하고, 소비자는 이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등 상호작용을 통해 지속 가능한 축산업을 지원할 수 있다.

축산물은 단순히 먹거리 그 이상이다. 우리의 전통, 문화, 그리고 일상의 일부다. 하지만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를 외면한다면, 언젠가는 소고기 스테이크, 삼겹살, 치즈, 요구르트를 더는 쉽게 만날 수 없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제는 우리가 나서야 할 때다. 지속 가능한 축산업을 위해, 작은 소비 습관의 변화로 우리의 식탁을 지켜내야 한다.

축산과 환경은 대립 관계가 아니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은 '포기'가 아니라 '공존'이다. 기술적 혁신과 사회적 협력, 소비자의 책임 있는 선택이 함께할 때, 우리는 축산과 환경 모두를 지키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 한갑원 축산환경관리원 경영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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